시각장애인의 소비 생활 엿보기

 

상황1 홈쇼핑 이용하기

시각장애가 있는 직장인 A 씨는 퇴근 후 집에서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다가 맘에 드는 봄 자켓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마침 내가 가진 신용카드로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고 하여 이 자켓을 구입하기 위해 홈쇼핑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상담원은 구매할 상품정보와 연락처, 주소 등을 확인한 후 결제 방법을 문의합니다.

이때 상담원이 카드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A씨는 신용카드 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 구매를 포기합니다.

상황2 간편결제 이용하기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엄마 B 씨는 요즘 유행하는 아기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합니다.

동요가 재생되는 핑크퐁 전화기를 구입하려고 화면낭독프로그램을 사용해 상품상세정보를 어렵게 확인합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로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포인트 적립이 많이 된다고 하여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이 간편결제는 접근성이 좋다고 알려진터라 바로 구매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엄마 B 씨는 아기용품을 구매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간편결제 가입 과정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지만, 신용카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들어가는 말

온라인쇼핑, TV홈쇼핑, 핀테크, 간편결제 등 온오프라인에서 신용결제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더라도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결제 웹/앱의 접근성이 좋아지더라도 시각장애인이 내 신용카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면 어떨까요?

"결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신용카드는 보안이 중요한 개인정보로 보안문제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너무 어렵습니다.

'2018년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에게 신용카드의 접근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점자신용카드란? 

카드번호, 유효기간, CVV, 카드명을 카드 앞면에 점자돌기로 인쇄하여 제공하는 신용카드입니다.

다음 사진의 좌측은 일반적인 양각인쇄, 우측은 점자인쇄된 신용카드입니다.

예시 - 일반 양각인쇄 카드와 점자인쇄 카드



신용카드 발급여부 조사결과

카드사 점자카드발급여부 홈페이지정보제공 신청방법 비고
KB국민카드  발급가능  없음 콜센터
  • 타브랜드카드 발급불가 (ex. 국민BC)
신한카드  부분발급 (2종)  없음

콜센터

홈페이지

  • LOVE 카드, Hi-Point 카드
  • 복지카드 점자발급 불가
비씨카드  부분발급 (1종)  없음 제휴사
  • 우리은행 "점자 위비할인카드"
  • BC제휴카드의 점자발급 책임이 불분명함 확인필요
롯데카드  부분발급 (1종)  제공함

콜센터

홈페이지

  • 롯데포인트 플러스 클래식 카드
  • 점자서비스 가이드북, 신용카드 가이드북 제공
삼성카드  부분발급 (1종)  제공함 콜센터
  • 삼성카드4(할인)
  • 점자 안내장 제공
우리카드  부분발급 (2종)  없음 콜센터
  • 위비할인카드, 위비포인트카드
현대카드  부분발급 (2종)  없음 콜센터
  • 현대카드 X Edition2, 현대카드 ZERO (할인형)
하나카드  발급불가 - - -
시티카드  발급불가 - - -
카카오뱅크  발급불가 - - -
케이뱅크  발급불가 - - -

조사시기 : 2018.04.12~13

지금의 상황은...

 

점자카드 발급하는 곳

조사 대상 카드사 9 곳 중 2 곳은 점자 카드를 전혀 발급하지 않았고, 7 곳은 점자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자카드를 발급하는 7 개의 카드사 중 6 곳은 지정된 일부 카드 1, 2 종만 점자로 발급하고 있어서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카드를 점자로 발급 받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쇼핑, 커피, 식당, 엔터테인먼트, 통신 등의 각종 할인 및 제휴된 포인트, 마일리지 등 각종 적립 혜택을 주는 카드 수십 가지를 판매중이지만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 카드는 1, 2 종 뿐이어서 내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국민카드는 시중 다른 카드사와 달리 모든 카드(타브랜드 카드 제외)를 점자로 발급하고 있어 시각장애인도 원하는 카드 상품을 점자형태로 발급받아 이용할수 있습니다. 한 곳 뿐이지만 원하는 카드를 점자로 발급받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카드사 외에 최근 널리 이용되고 있는 인터넷전용은행의 카드 발급 여부도 확인해봤더니, 한 곳도 점자카드를 발급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카드사와 달리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카드 발급이 불가능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점자카드에 대한 정보 제공 신청 과정...

점자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우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내가 이용하는 카드사에서 점자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확인을 먼저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용카드사 홈페이지의 검색 기능을 이용해 "점자"를 키워드로 검색을 진행해봤습니다.

예시 - 홈페이지에서 점자로 검색한 결과 없음

여러가지 할인 및 적립 등으로 최적화된 카드 상품 수십 가지가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자카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제공되고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요즘 시대에 홈페이지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용자가 점자카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충분한 수준의 점자카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아닐까요?

(콜센터를 통한 정보 확인도 가능하지만 이부분은 다음 꼭지에서 자세히...)

점자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7 개 카드사 중 단 2 곳(우리,삼성)만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예시 - 롯데카드 점자상품 검색결과 카드 2개 나옴

좀 의외였던 부분은 모든 카드를 점자로 발급하고 있다는 국민카드의 홈페이지에서도 "점자"로는 점자카드 관련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좋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면서 정보제공에는 왜 이렇게 소극적인건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점자카드 신청하기

점자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부분에서도 카드사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카드의 신청/재발급등은 웹/앱을 통해 24시간 접수가 가능하지만 점자카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점자카드를 발급하는 7개 카드사 중 단 2 곳(신한, 롯데)만 홈페이지를 통한 점자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서는 거의 24시간 신청이 가능한 서비스를 점자카드를 원하는 시각장애인은 콜센터 운영시간 오전9시~오후6시에 맞춰서 전화를 해야하고, 통화하기 편한 점심시간에는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까지 필요합니다. 더구나 직장인이라면 업무시간 중에 짬을 내고 통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조금 더 어렵겠죠.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편리한 매체가 전화상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콜센터를 통한 점자카드 발급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콜센터와 통화해보면 대부분의 상담원이 점자카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콜센터에 전화해서 "점자카드 발급신청하려구요"라고 하면 상담원의 반응은 거의 한결 같았습니다.

"네? 점자카드요?"

그래서 아이러니 하게도 시각장애인이 상담원에게 점자카드가 발급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신청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렇게라도 하려면 사용자는 점자카드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하는데 홈페이지에서도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여의치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상담원이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길어지거나, 일단 전화를 끊고 한참 뒤에 상담원이 다시 연락하는 경우들도 발생합니다.

심지어 카드 재발급 신청과정에서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담원이 카드 재발급 접수를 마치고 전화를 끊으면서 "점자카드 발급이 안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용하던 점자카드를 콜센터를 통해 재발급 받았는데 일반카드로 오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웹/앱을 통해서도 아무 때나 자유롭게 점자카드 신청이 가능하다면 좋을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신용카드형 복지카드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다닙니다. 복지카드는 단순한 신분증 형태와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예시 - 신용카드형 복지카드 뒷면 개인정보 표시 영역  예시 - 신용카드형 복지카드 앞면 카드정보 표시 영역

(이미지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5661)

신용카드형 복지카드로 결제가 필요한 복지혜택(ex 교통)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점자로 발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용카드형 복지카드가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점자 표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수준은 제공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담당자들의 생각은 다른가봅니다. 

"다 못하니까 제공 안한다" VS "할 수 있는 만큼은 제공한다"

이중 뭐가 적절할까요?

처음엔 카드사의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지만 이 나라의 복지수준에 대한 아쉬움으로 마무리되네요. 쩝.



결론은

점자 신용카드 발급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사실 점자신용카드 발급이 하나라도 가능하다는건 모든 신용카드를 점자로 발급할 수 있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서비스하는 카드사가 존재합니다.

신용카드 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시각장애인이 타인의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독거 시각장애인은 주변의 도움조차 기대하기 어렵구요.

장애인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카드에서 카드 정보를 가려버린 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시각장애인은 이미 오랫동안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포인트카드를 잘못 제시할 수 있고, 마트에서 우유를 사면서 복지카드를 잘못 내밀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온라인 쇼핑, 홈쇼핑 등을 이용할 때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늘 생활 속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구분하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서비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특정 플랫폼, 특정 환경의 접근성이 아니라 결제 서비스 전반에서 시각장애인이 어려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가 제공되었으면 합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같이 이용하면서 시각장애인도 함께 할인 받고 적립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젠가 그런날이 오길 기대하면서...

여담으로 한가지 더...

점자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않는 카드사의 답변에서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현재 이용중이신 OO 카드는 카드번호 및 유효기간이 양각으로 발급되고 있습니다. 이용중인 OO카드가 양각이 아닐 경우 .... 재발급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이 글의 첫 부분에 점자카드 소개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점자인쇄와 양각인쇄는 분명히 다른 방식입니다. 숫자를 양각으로 인쇄하는 방식은 시각장애인이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정보의 형태입니다.

고객센터 직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전달한 내용일 수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씁쓸한 경험이었습니다.

2018/04/18 07:23 2018/04/18 07:23
해빠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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