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그 어떤 계층 보다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많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 이유는 그 동안 국내 어떤 제조사도 제공하지 않던 시각장애인 편의 기능들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전맹 시각장애인을 위한 “VoiceOver”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확대/축소”, “고대비”

이 기능들은 시각장애인이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국내에서는 전무했던 상당한 수준의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편리한 기능들을 이용해 매우 다양한 방면에 활용이 가능한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문자메시지 관련 기능만을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A.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해온 휴대폰

핸드폰이 넓게 보급되었던 2000년대 초반 국내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핸드폰은 없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기능도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서 다른 기능은 아무것도 못 쓰고, 전화 걸고 받는 기능만을 사용했습니다. 시각장애인 혼자 전화번호를 저장하거나 지울 수가 없어서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든 메뉴와 기능을 암기해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휴대폰을 바꾸게 되면 적응 기간이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만약 문자가 온다면 주변에 보이는 분을 찾아서 읽어달라고 해야했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일도 허다했죠. (생각보다 많은 수의 시각장애인이 아직도 이런 수준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 문자 읽어주는 핸드폰???

문자를 읽어주는 TTS 기능이 핸드폰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정말 시각장애인들에게 놀라운 희소식이었습니다. 2001년 당시 팬텍 제품이었던거로 기억하는데 매우 혁신적인 일이었습니다. 문자메시지로 들어가서 3,4초 정도 기다리면 문자의 내용을 읽어줬는데, 당시로서는 시각장애인이 혼자 문자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삼성과 엘지에서도 문자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 판매되기 시작해서 반가웠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문자 읽어주는 기능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부가 서비스였죠. 문자를 읽으러 들어가는 메뉴에서는 음성지원이 전혀 안됐기 때문에 메뉴 구조를 외워서 사용했습니다. 처음엔 고가폰의 부가 기능이어서 구입하기가 힘들었고 나중에는 비인기폰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구입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2. 발신자 정보도 읽어준다고??

그 다음 혁신적이었던 것이 삼성의 제품이었던거로 기억하는데요. 전화올 때 발신자 정보를 읽어주는 기능이었습니다. 전화가 오면 “0100000000 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라고 발신자 정보를 읽어줫습니다, 추가로 수/발신목록의 내용을 음성출력해주는 기능까지 나왔습니다.

이때까지도 한계점이 많았는데요. 문자/발신자정보/수발신목록 외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음성출력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여전히 문자를 읽기 위해서는 메뉴를 외워서 들어가서 잠시 기다렸다가 음성을 들어야했습니다. 메뉴를 잘못 들어가거나 휴대폰의 오류로 소리가 안나는 경우가 많았고 확신이 없어서 메뉴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화번호부에 번호를 저장하는 것 역시 음성출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혼자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메뉴를 모두 외운 일부 시각장애인들만 어느 정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3. 시각장애인용 폰 개발??

2009년쯤 엘지에서 와인폰3(LH8600)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용 핸드폰을 개발했습니다. 그 핸드폰에서는 모든 메뉴의 이름이 음성출력되고, 시각장애인 혼자 전화번호부를 관리할 수도 있었고, 무료로 제공하는 음성도서관에 접속해서 책을 읽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사회공헌 사업일환으로 이 핸드폰을 무료로 보급하면서 최근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엘지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핸드폰은 보급사업만을 위해서 1년에 한차례만 생산을 하고 일반 휴대폰 매장에서 전혀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사용해보지 못한 시각장애인이 더 많습니다.)

이전의 기능에서 매우 진일보한 기능들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점도 많습니다. 메뉴이름은 읽어주지만 대부분(약80%이상)의 기능은 음성출력을 지원하지 않고 메뉴이름만 읽어줍니다. 가령 지하철노선도에서 확인을 누르면 “음성안내를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라고 읽어주면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시각장애인용폰으로 개발되었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메뉴는 극히 일부분인거지요.

 

 

B. 문자메시지 기능의 한계

문자 읽어주는 핸드폰도 사용되고 여러 기능이 추가되면서 시각장애인의 휴대폰 사용이 매우(비장애인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개선됐지만 자세히 보면 어이없는 문제점이 1가지 있습니다.

일반문자메시지는 음성출력할 수 있지만 80byte 이상의 장문이거나 이미지를 포함한 멀티메일인 경우에는 전혀 음성출력을 하지 않습니다. 멀티메일은 일반 문자메시지와 달리 메시지서버로 접속해서 웹페이지(?)를 읽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별도의 스크린리더가 없는 핸드폰으로는 그 내용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별도의 스크린리더가 있더라도 보안상의 이유로 메시지 서버에 접속하는 API를 공개하지 않아 음성출력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장문메시지가들어온휴대폰메시지화면

만약 엘지폰에서 멀티메일이 와서 읽으러 들어가면 “음성안내를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서 내용을 읽을 수가 없고, 삼성이나 여타 폰에서는 아무런 음성안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출시된 엘지의 시각장애인폰은 장문 메시지의 음성출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휴대폰 세계 시장점유율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이란 말입니까!!

 

 

C.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달라진 시각장애인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 사용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헛소문처럼 번지고 있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선 시각장애인도 문자를 읽고 쓰고 보내는 일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실제로 삼성의 블랙잭 같은 모델은 미국(AT&T)에서 음성출력(synthesizer) 기능이 포함되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었지만 아이폰이란 모델이 신기한 방식으로 음성출력을 지원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당시 애플에 관한 정보를 아는 시각장애인이나 주변인이 없었고, 화면을 터치하면 읽어준다는 생소한 개념이 이해가 안됐기 때문에 헛소문처럼 맴돌았고 심지어는 실용적이지 않은 홍보성 기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폰3G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아이폰의 음성출력기능인 VoiceOver 가 매우 훌륭하다는 소식이 일부 얼리어답터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메뉴는 물론 아이폰의 기본기능에 대해 대부분 음성출력을 지원했고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일부 앱스토어의 앱 역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이미지 기반 일부 앱 제외)

VoiceOver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고 일단은 문자메시지 기능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폰은 장문의 LMS, 사진이 포함된 멀티메일 모두 음성출력이 가능합니다.

장문의 문자메시지(80byte 이상)가 수신되더라도 일반메시지(80byte 이하)와 동일한 방법으로 화면상에 표시되며 동일한 방법으로 음성출력을 지원합니다.

아이폰에 장문메시지가 왔을 때 메시지 화면

위 이미지는 80byte를 초과한 장문 메시지인데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문자의 내용을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미지가 포함된 멀티메일의 경우에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별도로 분리해서 화면에 표시하는 방법을 통해 본문 내용을 문제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에 사진을 포함한 멀티메시지가 왔을 때 메시지 화면

 

 

D. 마치면서…

시각장애인이 휴대폰을 사용하는데는 아직도 제약이 많습니다. 엘지전자에서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그나마 희망적입니다.

요즘 시각장애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휴대폰을 살펴보면 같은 회사 같은 모델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엘지에서 보급한 시각장애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죠. 개인의 개성과 욕구충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시각장애인은 선택권이 없이 엘지에서 보급해주는 휴대폰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보급기간이 아니면 구입할 수 조차 없지요.

“그나마 이거라도 어니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각장애인도 휴대폰 매장에서 내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골라서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좀 더 발전이 필요합니다. 전에 만났던 시각장애인폰 사용자 한 분이 “내가 이거 부실 수가 없어서 쓰고 있지… 내가 이거 말고 다른 핸드폰 쓸 수 있는게 있었으면 진즉에 부서버렸을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들의 욕구와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의 성능과 기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시각장애인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젊은 시각장애인들이면 몰라도 노년층이나 어린 시각장애인들이 아이폰을 쓰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점은 다들 아실거에요.)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미 엄청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휴대폰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준다면 “좋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국산 휴대폰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날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2011/02/15 01:05 2011/02/15 01:05
해빠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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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키야 2011/10/06 09:1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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